○인수C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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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수봉 인수C 루트의 두 번째 피치를 등반하고 있는 LG화재 김진우 씨. 크랙이 길게 이어지는 레이백 등반 루트다. |
사람이 산에 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산행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산의 환상>을 쓴 프랭크 스마이스는 ‘산에 오르면 삶의 일체감과 연속성, 세상의 길을 찾아나가게 하는 리듬을 인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만큼 산행은 깨달음과 포용의 즐거움을 주는 곳이라는 말이다.
이른 아침 북한산에 발을 디뎠다. 이 시간에 몇 사람이나 북한산을 찾을까 싶었지만 어느덧 수십 명의 산꾼들이 매표소를 지나쳐 갔다.
연녹색의 숲 속에선 이름 모를 새들이 재잘대고 있었고 철쭉은 그 빛을 더해간다.
7시가 넘어 도선사 매표소에 초보 바위꾼 두 사람이 등장했다. 이번에는 단단히 준비를 했는지 불룩해진 배낭에 클라이밍 티셔츠까지 갖췄다.
인수C 등반을 위해 이동윤 강사를 선두로 매표소를 지나 깔딱고개로 향했다. 인수산장 오름길에는 서늘한 바람이 느껴졌다.
“지난 달 보다 더 섰네.”
LG화재의 김진우42세 씨는 인수봉이 더욱 솟았다고 했지만 지난 달과 달리 무덤덤한 표정이다.
첫 경험이 아니기에 긴장감이 줄었다는 것도 있지만 제법 운동도 하고 몸 관리에 신경을 썼다는 뜻일 것이다.
“오늘은 인수C입니다. 그리 어려운 곳은 없어요. 힘 한번 잘 쓰면 됩니다.”
힘 한번 쓰면 된다는 의미가 무엇일까. 궁금해진 송은정28세 씨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고개 위에서 보이는 인수봉은 정면일 뿐 하강코스 아래 자리 잡은 인수C 루트는 보이질 않기 때문이다.
인수봉 대슬랩을 왼편으로 돌아 능선을 따라 하강 루트로 향했다. 산은 오른만큼 주변을 더 볼 수 있고 다리품을 파는 만큼 속살을 드러낸다.
“훤히 보이네, 헌데 저 속에 사는 우리가 저 공기를 다 마실 텐데.”
북한산에서 내려다보이는 서울 시내 풍경은 그리 아름답지 못하다. 뿌연 먼지가 대기의 층을 이룬 모습과 다닥다닥 달라붙은 집들은 늘상 삶에 쫓기는 우리의 모습을 대변해 준다. 어느새 인수봉 서면 하강지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아마도 이 등반을 위해 몇날 며칠을 손꼽아 기다렸던 사람들이다. 비둘기 루트와 서면 오버행을 등반하려는 사람들 틈을 헤치고 반대편 언덕으로 50m 내려서 인수C 루트 출발점에 닿았다.
인수C의 출발점에서는 숨은벽 암릉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작은 바위봉들이 연이어진 숨은벽 리지는 북한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턱이진 바위틈을 비집고 올라 평평한 테라스에 배낭을 풀었다. 테라스 위의 길게 갈라진 벙어리 크랙이 오늘의 등반 루트인 인수C다.
등반은 안전이 최우선이다. 안전벨트에 헬멧을 쓰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이동윤 강사의 기초 강습이 이어진다.
“크랙에 확보할 때는 확보물이 확실히 설치됐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또 자신의 확보가 제대로 됐는지, 확인하고 움직이세요.”
사실 등반은 가장 위험하면서도 가장 스릴있는 ‘놀이’라고 볼 수 있다. 놀이는 재미가 필요하다. 하지만 등반이 위험한 놀이로 전락해선 안 된다.
때문에 등반을 가장 재미있고 스릴있게 즐기기 위해선 안전을 최우선으로 작은 실수도 줄여야 한다. 송은정 씨의 안전벨트 확인부터 시작해서 잠금 카라비너 확인까지, 꼼꼼히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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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피치의 크랙 상단부분. 이곳에서 왼편의 슬랩으로 이동해야 한다. |
“앗! 하는 순간의 실수로 평생 밥 숟가락 놓을 수도 있어요.”
예전 ‘앗’ 하는 ‘순간’이 무척이나 길게 느껴진 적이 있었다. 대학교 2학년 가을, 제법 장비도 쓸 줄 알고 등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때였다.
선배와 둘이 도봉산에 올라 무작정 눈에 보이는 하얀 벽면을 선택해서 올랐다. 하지만 완만하게 보이던 벽은 점점 경사가 심해졌고, 중간에 확보물을 설치할 곳이 없어 난감해졌다. 한참을 올라 뒤를 돌아보았을 때는 자일이 길게 늘어져 있었고, 결국 선택한 것은 옆 코스로 이동해 확보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옆으로 이동하던 중 중심을 잃고 추락, 한참을 떨어졌다. 물론 추락하는 시간은 ‘앗’하는 ‘순간’이었겠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나의 삶의 단면들이 필름을 엮어 놓듯이 선명하게 눈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자기 확보가 안 되면 남도 확보할 수 없어요.”
프렌드와 너트 등, 확보 장비를 매달고 이동윤 강사가 등반에 나섰다. 첫 피치의 크랙은 잡을 곳이 마땅치 않은 벙어리 크랙이다.
“아깐 아주 쉽다더니만, 힘들겠네요. 강사님도 저러는데.”
송은정 씨의 눈이 이동윤 강사의 동작에서 떠나질 않는다.
눈으로라도 동작 하나하나를 익혀 둬야 올라갈 수 있다는 생각인가 보다. 몇 차례 배낭 긁히는 소리가 들리더니 벙어리 크랙을 넘어섰다.
이동윤 강사가 첫 피치를 오르고 난 후, 등반을 위해 팔굽혀펴기를 시작했다는 송은정 씨가 나선다.
처음의 벙어리 크랙은 잡을 때가 마땅치 않은가 보다. “손을 집어넣고 틀어서 재밍해야 돼요” “아, 안되는데….”
등반 전 시범을 보이긴 했지만 초심자에게는 바위틈에 손을 틀어넣는 쉬운 일은 아니다.
첫 번째 벙어리크랙이 그리 만만치 않다. 두툼해진 배낭이 두드득거리며 몇 차례 미끄러지고 말았다.
바위꾼은 무심코 던진 말처럼 쉽게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날카로운 ‘추락!’ 소리가 북한산 구석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등반을 하는 송은정 씨도 확보를 보는 이동윤 강사도 쉬자는 말이 없다.
능숙하지 않은 초심자에게 산은 격한 대상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산사람들은 산이 주는 이런 약을 먹고 사는 것은 아닐까.
배낭 한 구석에 작은 구멍이 생길쯤 송은정 씨가 침니를 넘어 두 번째 크랙으로 접어들었다.
두 번째 크랙은 이동윤 강사가 매달아 놓은 프렌드가 있어서인지 제법 쉽게 올라선다. 첫 번째 크랙에서의 안간힘을 쓴 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연습 삼아 올랐던 지난달의 호랑이굴과는 차이가 많다.
세 번째 등반자는 김진우 씨, 지난달에 배운 8자 매듭이 이젠 제법 익숙해졌다. 8자 매듭에 마무리 옭매듭까지 척척이다.
첫 출발지점의 크랙으로 발을 넣는 동작에서 애를 먹긴 했지만 인수봉 등반을 위해 조깅에 턱걸이까지 시작한 덕에 쉽게 고빗마디를 넘어섰다.
“강사님, 이거 어떻게 합니까.”
두 번째 크랙에 설치한 프렌드가 잘 빠지지 않는다.
초심자인 그가 한 팔에 매달려 장비를 회수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프렌드가 더 깊이 들어가진 않았지만, 팔이 바위에 긁혀 붉게 물들고 말았다.
인수C 첫 피치 등반은 두 사람 모두에게 작은 상처를 안겨 주었다. 무릎은 바위틈에 비벼 넣느라 붉게 물들었고 팔은 바위에 긁혀 피가 났다. 바위꾼의 실력은 시간이 갈수록 향상된다고 하지만 초보자는 이런 상처가 모여 바위꾼이 되는 것이다. 두 번째 피치는 왼편의 가는 크랙을 따라 레이백으로 올라선 후, 수직의 바위틈에 발가락 끝과 손가락 끝을 넣어 균형을 잡고 올라야 한다.
좁은 크랙등반이 익숙하지 않은 송은정 씨가 가장 애를 먹는다. 더욱이 추락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면서 점점 더 바위틈으로 들어가려 하기 때문이다.
“안으로 들어가면 더 힘들어요. 밖으로 나와 오르는 게 쉬워요.”
이동윤 강사가 두 번째 피치 확보지점에서 소리친다. 등반은 이론과 실제가 다른 법.
보는 것과 직접 등반을 하는 사람은 상황이 다르다. 자신의 힘과 키, 기술을 이용해 가장 어울리는 방법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나와요, 자세도 안나오고 더 힘들 텐데.”
바위꾼은 자신의 땀과 살을 발라가며 성장한다.
이제 두 사람의 등반 생활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크랙에서 겨우 빠져나와 레이백으로 달라붙었다.
하지만 손에 힘이 빠졌는지 추락이다. 이동윤 강사에게 도움을 청한다. 하지만 자일이 조금 팽팽해졌을 뿐, 당겨지질 않는다. 등반은 자신이 올라야 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결국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후에야 두 번째 피치에 올라설 수 있었다.
송은정 씨에 이어 김진우 씨가 출발했다. 크랙은 제법 경사가 급했지만 잡을 곳이 확실한지 속도가 빨라진다.
첫 피치의 힘든 크랙 등반이 두 번째 크랙에서 좋은 경험이 되었는가 보다.
두 번째 피치의 테라스 이후론 그리 어렵지 않은 크랙과 슬랩등반이 이어졌다.
인수봉 정상까지는 걸어갈 수도 있다고 했지만 등반은 안전이 제일 중요하기에 만일을 대비해 서로의 확보를 봐주며 정상으로 올랐다.
산은 오르면 오를수록 더욱더 많은 풍경을 보여준다. 완만한 경사의 슬랩을 올라 평평한 정상에 올랐다.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지만 정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인수봉 정상에서 배낭을 풀었다. 송은정 씨가 집에서 만든 샌드위치와 볶음밥까지 다양한 식단이 펼쳐졌다.
첫 번째 크랙에서 몇 차례 추락했던 송은정 씨는 팔과 무릎에 피가 나고 말았다. 이 작은 상처는 두 사람이 바위꾼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인지도 모른다.
프랭크 스마이스는 ‘암벽등반은 산과 인간 사이의 공감대를 느끼게 한다’고 했다. 그건 아마도 암벽등반이 자신의 온 몸을 부딪치며 산을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점점 바위에 길들여져 가는 송은정 씨는 “오를 땐 힘들데 오른 만큼 감동도 큰 것같다”고 했다.
온종일 바위에 온 몸을 비벼대던 시간들이 고달프긴 했지만, 그 고통을 통해 오른 정상은 더욱더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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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수 C 등반 길잡이 |
2개 이상의 획보물을 서로 연결해 확보할 때 충격이 각 확보물에 똑같이 나눠지도록 줄을 연결하는 방법을 말한다.
충격이 골고루 확보물에 분산되도록 확보물을 설치하는 것이다. 이 때 주의할 점은 한 개의 카라비너에만 충격이 전달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퀄라이징을 위해선 확보물이 충격으로 인해 힘을 받는 방향을 계산해야 하며 슬링의 길이를 조절해 확보물 각각에 힘이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 이퀄라이징은 확보물의 각도가 60°를 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각 확보물에 슬링을 연결, 카라비너에 걸 경우에는 반드시 한 개의 슬링에 의지한 것이 아니라 전체 확보물에 모두 걸릴 수 있도록 슬링을 걸어야 한다.
- 선등자 확보
선등자의 확보는 등반 중 가장 중요한 요소다.
때문에 등반엔 실패해도 확보에 실패해선 안 된다고 말할 정도다. 선등자의 확보는 직접 확보와 간접 확보로 나눌 수 있으며 등반자의 추락 강도를 줄이기 위해 직접 확보를 선택하고 있다.
직접 확보는 하강기나 그리그리 등의 확보 기구를 이용해 확보자가 안전벨트에 확보기를 걸고 자일을 당겨, 추락자의 충격을 줄여주는 방법이다.
- 까베스통 매듭
등반시 추락자나 후등자의 주마 등반으로 자일을 고정시킬 때 사용하는 매듭이 까베스통 매듭이다.
이 매듭은 반까베스통 매듭과 까베스통 매듭이 있으며 반까베스통 매듭은 선등자나 후등자를 확보할 때 많이 사용한다. 반까베스통 매듭은 확보할 때 많은 힘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이다.
까베스통 매듭은 확보물에 로프를 고정시킬 때와 자기 확보시에 사용한다. 이 매듭은 잘풀어지지 않으며 지형지물이나 확보물에 고정시킬 때는 매듭 후 반드시 끝부분에 한번 더 줄을 감아 옭매듭을 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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