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산암장과 사람들-비하대,학소대,선일대 등 8개암장 50여개 코스 폭포가 떨어지는 아찔한 바위세상 글 김선미 기자·사진 남영호 기자
◇ 12개 루트가 개척된 내연산 대표 암장 비하대(관음암).
영일만에 포항제철이 들어서면서 내연산의 바위들도 들썩이기 시작했다. 포항지역은 서울과 부산, 대구 등지의 전문 산악인들이 제철소 설립과 함께 포항으로 들어오면서 산악운동이 활기를 띠었다. 수려한 계곡 사이사이 깎아지른 암봉들은 철의 열기를 식히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포항 클라이머들의 산실인 내연산 바위들은 그렇게 세상에 진용을 드러냈다.
1970년대부터 내연산 계곡의 비하대(관음암), 학소대(연산암), 선일대(신선대) 같은 대표적인 기암절벽 위에 길이 나기 시작했다. 향로산악회의 정병택(초대 회장) 씨와 이동연(97 포스코 에베레스트 원정대원)씨 그리고 고룡산악회 홍기건(현 포항등산학교 학감), 김규영(2004 포스코산악회 K2 원정대장) 씨 등이 당시 암장 개척의 주역들이다.
◇ 개념도
신선과 학이 노니는 한국화 속 풍경의 대상이었던 바위 위에 줄을 매고 매달린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내연산을 찾는 사람들의 산행 형태도 다양해졌다. 특히 가장 먼저 길을 낸 내연산의 대표적인 암장인 관음암은 연산폭포를 등 뒤에 품고 관음폭포가 쏟아낸 물줄기로 발을 적시는 비하대로 이 산을 찾는 탐방객들이 빠뜨리지 않고 찾는 명소다. 폭포를 찾아 계곡을 올라온 등산객들에게는 시원한 폭포의 물줄기 뿐 아니라 깎아지른 절벽 위로 거미처럼 기어오르는 클라이머들의 유연한 오름짓 또한 서늘한 볼거리를 제공해 주었다. 북한산에서 백운대를 오르내리던 사람들이 건너편 인수봉을 동경하다 끝내 새로운 등반의 세계로 발을 디디듯, 포항에서 전문등반을 시작한 사람들 역시 내연산을 오르내리면서 비하대에서 만난 클라이머들의 자력에 이끌려 들어간 사람들이 많이 있다. 관음암 암장으로 알려진 비하대는 60m폭에 높이 45m의 편마암으로 이루어진 독립봉으로 부엉이(36m/5.9), 크랙길(50m/5.10c), 형님길(30m/5.12a), 아우길(35m/5.10d), 다이렉트(10m/5.12b)와 고룡A(20m/5.12c), 고룡B(20m/5.11b), 곰길(40m/5.10d), 마지막길(38m/5.10b), 시지프스(30m/5.11c), 골목길(30m/5.10c), 박쥐(20m/5.10c) 등 12개의 다양한 코스가 개척되어 있다. 대부분 향로산악회와 고룡산악회에서 길을 냈다. 비하대의 최고 등반 길이는 50m(크랙길)이고, 등반은 크랙과 오버행과 페이스 위주로 이루어진다. 대통령기 등산대회가 열리기도 했던 비하대는 한낮에 암장 전면에 그늘이 드리워져 쾌적한 등반과 함께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피서 암장이다. 연산폭포로 가는 구름다리 오른쪽에 있는 학소대(연산암)에는 아산산악회의 애플박스(5.10b)와 향로산악회가 개척한 고독(5.10a/b), 남문(5.10b, 하늘(5.11b) 등 4개 코스가 있다. 그러나 바로 옆에 있는 비하대에 비해 찾는 이가 뜸한 편이다. 이밖에 향로산악회에서는 선일대에 향로(5.9)와 할매(5.9) 길을 개척했다.
◇ 관음암(비하대)루트
포항YMCA산악회와 포항1대학산악회, 포항제철산악회(현 포스코산악회 전신) 그리고 1993년 포항 지역 클라이머들이 한데 모여 결성한 포항클라이밍연합회에서 만든 다양한 볼더링 코스들도 내연산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Y암에는 포항YMCA산악회에서 만든 깡통(5.9), 재회(5.10a), 성공시대(5.9), 컷트라인(5.10d),
포옹(5.10b) 등 5개 코스, 동아리볼더에는 포항1대학산악회에서 만든 딱따구리(5.9), 무당벌레(5.12a), 다람쥐(5.10b), 장수하늘소(5.10c/d), 코알라(5.10d), 딱정벌레(5.8) 등 6개 코스, 아리랑볼더에는 포항제철산악회의 만든 새로운 도전(5.10a), 도깨비(5.10c), 한여인을 위하여(5.11a), 이별의 끝(5.9), 내사랑 내곁에(5.10a), 혼(5.12a), 아리랑 특급(5.10d), 홀로 아리랑(5.10d), 산유화(5.10b) 등 9개의 볼더링 코스가 있다.
포항클라이밍연합회에서 내연산 계곡 초입 서운암에 만든 꼭지(5.10a), 퇴근(5.10b), 바둑이(5.10b), 현두(5.10c), 하와이(5.10d)와 귀면암에 초대 포항클라이머스연합회 회장을 지낸 박재석씨 등이 만든 천상(5.10b), 천하(5.10a), 유아(5.10b), 독존(5.11a) 등의 4개 코스가 있다.
내연산에는 계곡을 따라 8개의 크고 작은 암장에 50여 개의 루트가 개척되었지만 현재까지 활발한 등반이 이루어지는 곳은 주로 비하대와 선일대 두 곳이다. 1996년 포항제철산악회에서 죽장면 봉화봉에 있는 폭 100m, 높이 45m 학담암에 45개에 루트를 개척하면서 내연산을 찾는 발길은 다소 뜸해졌다. 그렇지만 비하대 암장은 내연산 제일 절경 앞에 우뚝 솟은 포항 클라이머들의 자존심으로 여전히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